어느푸른저녁

삭막한 삶

시월의숲 2025. 4. 23. 23:57

대도시로 이사를 간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 내외는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는 조카들의 삶도 녹록지 않겠구나 싶었다. 누구나 자신 앞에 놓인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살겠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니까. 나는 동생 집에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다 문득 삭막하다는 말이 생각났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시골에서 자란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든, 우리는 적응하느라 애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삭막해질 것이며, 급기야는 피폐해지다가 언젠가 자기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잘못되었으면 잘못된 채로)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아직 어린 조카들은 자신의 바뀐 환경을 더 반길지도 모른다. 그들의 세계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할 것이므로. 무엇보다 그들은 지금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 아니던가. 다만 적응이라는 것이 나를 잃어버릴 정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기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