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씨너스: 죄인들

시월의숲 2025. 5. 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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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을 조조로 보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공포와 스릴러 장르의 어둡고 무거운(그럴 것이라 예상되는) 영화를 보는 것이 마뜩잖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사는 곳의 영화관에서는 이 영화를 오전에 단 한 번만 상영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아침 9시 45분에 시작하는 공포 영화라니. 시간을 선택할 수 없다는 불평보다는, 그 시간에라도 상영을 해준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겠지만.

 

어쨌든 갑자기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블랙팬서》의 감독이 만든 작품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무슨 내용인지, 어떤 장르인지 전혀 몰랐고 크게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 평론가들의 리뷰를 보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예고편을 보게 되었으며, 그래서 영화의 내용이 내 흥미를 자극한다는 걸 깨달았다. 인종 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와 뱀파이어라는 장르물의 결합이라니. 그리고 음악(블루스)이 생과 사의 존재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가 된다니. 안 볼 재간이 없지 않은가?

 

다들 지적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압권은 바로 새미가 술집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는 장면일 것이다. 영화의 처음에 나오는 내레이션처럼, 마치 주술과도 같이, 현재의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을 여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장면. 그 장면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인종차별이라는 역사적인 외피를 두르고 있긴 하지만, 결국 예술(음악)에 대한(혹은 예술을 찬미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혹은 그런 예술을 갈망하는 자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감독은 다층적인 억압 상황(흑인들끼리의 갈등과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과 백인과의 갈등, 거기서 파생되는 억압적 상황들) 하에서 기꺼이 죄인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새미의 마지막 선택(공포와 광란의 밤 이후 찾아간 교회에서 그가 한 선택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늙은 그가 한 선택)이 내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내게 묻는다. 너는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네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내가 끝까지 기타를 지킨 것처럼 너에게도 그런 것이 있는가. 

 

상당히 독특하고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영화다. 이런 공포 영화라면 토요일 아침이라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