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잊히지 않는 혹은 잊을 수 없는

시월의숲 2025. 6. 3. 23:49
케테 콜비츠, <자화상>, 목판화, 1922.

 
 오래전 나는 어느 지면에선가 한강 작가의 글을 읽었고, 작가가 언급한 케테 콜비츠라는 낯선 이름의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무엇엔가 이끌리듯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았고, 얼굴을 감싼 검고, 굵고, 투박한 - 쉬 잊히지 않는 - 손과 자화상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지, 잊히지 않는 혹은 잊을 수 없는 기억처럼 그의 작품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나곤 하는 걸 보면. 이것은 분명 우연이겠으나, 우연이란 결코 우연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 내 가슴속 어딘가 그의 인상이 저 검은 판화처럼 새겨진 탓이리라. 정말 이상하지, 실제로 그 작품들을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어떻게 그 이미지가 내게 들어와 새겨질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