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빌리어코스티(Bily Acoustie) - 그 언젠가는

시월의숲 2014. 8. 10. 13:40

 

 

편안한 음색, 편안한 노래. 감성적인 멜로디. 뮤직비디오를 찾아봤는데, 오히려 위의 라이브 영상이 더 마음에 든다. 영상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게 뭔가 한참 생각하다가 노래하는 사람의 얼굴이 내가 아는 어떤 사람과 무척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어쩐지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치 그가 저곳에 앉아 노래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저기 앉아서 노래를 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의 다른 부분, 그 사람이 언제, 어디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놓아두고 온 자신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그들이 서로 만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어렴풋한 기억으로, 도플갱어인 두 사람은 결코 만나서는 안된다고 들었다.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날에 나와 정말 많이 닮았다며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누군가의 얼굴이 희미하게 생각난다. 나는 분명 그곳에 가지 않았고, 그도 나와 나를 닮은 그 사람이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플갱어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 모습이. 내가 그에게 말했던가. 나와 닮은 사람이 있다는게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요. 할수만 있다면 직접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만나서 '당신' 혹은 '나'의 삶은 어떠한가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 혹은 내가 오래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져나간 서로의 일부인가 확인하고 싶어요. 기억할 수 있을까요. 나의 전생을. 또다른 나를. 그가 대답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온통 기억나지 않는 것들의 기억뿐. 내가 할 수 있는 기억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도 이런 소재가 나왔던 것 같다. 아마 나왔을 것이다. 얼마전에 읽은 하성란의 단편 <두 여자 이야기>는 확실히 도플갱어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본 영화도 생각난다. 제목은 잊었지만, 드류 베리모어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전혀 다른 성격의 또다른 나. 그것은 진정 나의 또다른 모습인가? 혹은 나와는 전혀 다른 타인일뿐인가? 영화는 아마도 만나지 말아야 할 존재들이 만남으로써 야기되는 혼란, 불안, 두려움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다). 기억은 불확실하지만, 내가 빌리어코스티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를 잠시 스쳐간 그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 오래지나지 않아 그러한 사실조차 희미해질지라도. 그것은 실제로 나를 닮은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보다도 어쩌면 더욱 신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