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검은잎 35

단상들

* 조금만 신경(스트레스)을 써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20240930)  * 문득 윤성희의 단편, 「그 남자의 책 198쪽」이 떠올랐다. '공원에서 잡동사니 물건을 파는 사람'이 나왔지 아마. 그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모든 것이 다 희미하지만, 어째서 이 사진을 보고 바로 그 소설을 떠올렸을까. 기억이란 참 알 수 없다.(20240930)  * 누군가 내게 "너도 사랑을 하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20241001)  * 말은 어떤 힘이 있을까. 나를 걱정하는 말들이 내게 어떤 소용이 있을까. 나는 늘 말이 가진 힘에 대해서 생각했다. 말은 우리를 구속하고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고..

입속의검은잎 2024.10.17

단상들

*모두가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내가 가족들에게 감내한 시간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혹은 모른 척 한 채), 나를 생각한답시고 내뱉는 말들은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뿐이고. 이런 시답잖은 말들은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이 공간밖에 터놓을 곳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슬플 뿐이고.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 속에서 한 개인의 존재란… 이래저래 심란한 추석을 보내고 있다.(20240916)  * 오늘 종일 나의 이상스런 기분과 괴로움의 이유를 지금에야 알았다. 마당에 나가 보고. 교교하다. 만월(滿月) 때 내게 오는 달병病, Mond krankheit. - 전혜린  오늘 종일 나의 이상스런 기분과 괴로움의 이유가 단지 달병病이었으면! 구름이 많은 하늘이었지만 그래도..

입속의검은잎 2024.09.29

단상들

*나는 잠으로 도피하고 싶은 걸까, 잠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걸까?(20240901)  * 잠이 너무나 쏟아져 쓰러지듯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저녁이 되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린다. 귀뚜라미일까? 구월은 잠과 풀벌레 소리로 시작된다.(20240901)  * 아파트에 귀뚜라미가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20240902)  * 저는 늘 적응하느라 애쓸 따름입니다. 늘 적응만 하다가 볼일을 다 보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기는 합니다만.(20240902)  *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당신의 마음이 편할 대로 하세요. 그는 몇 번이고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 편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거절이나 사양..

입속의검은잎 2024.09.18

단상들

*건강검진 결과를 긴장하면서 받아 볼 나이가 되었나.(20240821)  *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강아지 두 마리가 고개를 쭉 내밀고 있었다.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강아지들에게 다가갔다. 아직 모든 것들이 마냥 신기한듯한 두 눈!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20240824)  * 요즘 들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원래 세상은 미쳐 돌아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20240824)  * 오늘은 아버지의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 와닿지 않았다. 오늘 내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고리타분한 진리의 설파보다는 참신한 증오의 교감이었으니까. 하지만 더 따져본들 무슨 소용 있을까? 나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 묵묵히 밥을 먹으며 오늘따라 식당의 김치가 맛있다는 말을 했다.(202408..

입속의검은잎 2024.09.05

단상들

* 며칠 전 S에게 "장마가 끝나서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조금 달라진 거 같지 않아요?"라고 말했더니 S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저... 아직 8월이 남았는데요."라고 말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좀 급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8월.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20240802)  * 낮에 소나기가 지나가자 선물처럼 무지개가 떴다. 어느 하나 흠잡을 것 없는 완벽한 무지개였다.(20240807)  * 오늘이 입추다. 여름이 한창인데 입추라고 하니 기분이 묘하다.(20240807)  * 꽃은 자기가 사 오겠노라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댈러웨이 부인은 손수 꽃을 사 오겠다고 했다. 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다고 댈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댈러웨이 부인은 직접 꽃을 사러 가겠다고 말..

입속의검은잎 2024.08.20

단상들

*휴가라는 것이 가족들하고만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 자명한 사실을 내가 망각하고 있었다는 걸.(20240716)  * 마시다 남은 커피에 얼음을 넣어 물처럼 마신다. 얼음은 차갑게 만들지만 연하게도 만들어 주는 것. 독해지지 말고 연해지자. 부드럽게 차가워지도록.(20240720)  * 배수아의 신작 소설을 사기 위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본다. 한 권만 사기가 뭣해서 내가 찜해놓은 리스트에 들어가 무슨 책을 더 살까 둘러본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책들을 찜(?)해 놓았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내 허영과 치부를 보는 것만 같다. 대체적으로 나는 나를 잘 견디지만, 또 다른 내가 무서울 때가 있다. 이조차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20240721)  *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입속의검은잎 2024.08.02

단상들

*자신이 어느 조직에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타인에게 얼마나 오만해질 수 있는가. 무심히 흘러나오는 오만과 무시의 언어들. 그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물론 나만의 자격지심이길 나는 바란다.(20240701)  *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일주일 같다. 허나, 집에 왔으니 다른 생각을 해야지. 일터에서의 일은 일터에서 고민하고. 퇴근하고 와서까지 일터에서의 일을 고민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20240701)  * 일주일이든 며칠이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게 중요하구나. 저번 주말에는 일하러 나가기도 했고, 몸과 마음이 지쳐서 청소를 안 했더니, 방바닥에 머리카락과 먼지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눈 질끈 감고 주말이 오기를 기다려야지.(20240703)  *..

입속의검은잎 2024.07.16

단상들

*왜 어떤 이들은 남자인데 여자 같다느니, 여자인데 남자 같다느니 하는 말들을 그리도 쉽게 내뱉는 것일까? 그게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듣는 상대방의 기분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오래전에 알았던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 그는 견주와 함께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숨길 기색이 없는 큰 목소리로 "강아지 참 못생겼다!"라고 말했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주인이 다 듣겠어요!"라고 말했더니, 오히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렇게 되물었다. "못생긴 걸 못생겼다고 말하는데 뭐가 문제예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20240622)  * 소년은 동굴 안으로 끌려갔다. 이유는 모른다. 자신을 끌고 들어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사실 소년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확실히 몰랐다. 벌판..

입속의검은잎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