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떠오르는 예는 모두 풍경화들이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아름다운 침묵의 공간, 위협이 도사리는 반수면 상태와도 같은 풍경. 특이하게도 그런 그림들은 모두 연작으로 그려졌다.(19~20쪽) * 나는 누군가와 함께 동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리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혼자인 것이 행복했다. 나는 '그 길'을 걸었다. 그늘진 도랑에서 '그 시냇물'을 보았다. 나는 '그 돌다리'에 섰다. 거기 바위의 균열이 있었다. 소나무들이 있었고, 옆길에 줄지어 선 모습이었다. 길의 끝에는 까치 한 마리가 커다란 흑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는 나무 향기를 들이마시며 생각했다. "영원히". 나는 걸음을 멈추고 메모했다. "무엇이 가능한가 - 바로 이 순간에! 세잔의 길에는 침묵."(40~41쪽) * 타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