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인 《장송의 프리렌》은 결국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다. 천 년을 넘게 사는 엘프에게,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들과의 기억이란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다니던, 동료들과의 10년 동안의 기억이, 그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삶의 어떤 국면마다 지속적으로 떠올리는 추억이 된다. 처음에는 너무 느릿느릿 진행되는 이야기가 지루하다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왜 이 만화를 보면서 그렇게 슬퍼했던가? 오래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를 보고 주책없이 눈물을 펑펑 흘렸던 것처럼. 나는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인 프리렌처럼, 아주 천천히, 시간이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이 만화를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