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2

침묵의 뿌리

숲은 온갖 소리들로 가득하다. 새소리,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낙엽 부서지는 소리, 갈대 흔들리는 소리… 숲은 온갖 소리들의 향연으로 쉴 새 없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고요함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숲의 소리는 침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숲에 어둠이 내리면, 숲은 거대한 하나의 동물이 된다. 숲의 어둠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나를 응시한다. 어둠은 침묵을 더욱 깊게 만들고 소리 또한 선명하게 만든다. 낮의 숲과 밤의 숲이 다르듯, 낮의 소리와 밤의 소리 또한 다르다. 호젓한 숲길을 혼자서 걷는다. 온갖 소리들로 가득한 어둑한 숲길을. 거대한 동물의 긴 호흡을 듣는다. 그 침묵의 뿌리를 만진다. 그 속에 들어갈 수..

어느푸른저녁 2024.10.17

단상들

* 조금만 신경(스트레스)을 써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20240930)  * 문득 윤성희의 단편, 「그 남자의 책 198쪽」이 떠올랐다. '공원에서 잡동사니 물건을 파는 사람'이 나왔지 아마. 그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모든 것이 다 희미하지만, 어째서 이 사진을 보고 바로 그 소설을 떠올렸을까. 기억이란 참 알 수 없다.(20240930)  * 누군가 내게 "너도 사랑을 하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20241001)  * 말은 어떤 힘이 있을까. 나를 걱정하는 말들이 내게 어떤 소용이 있을까. 나는 늘 말이 가진 힘에 대해서 생각했다. 말은 우리를 구속하고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고..

입속의검은잎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