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나오긴 하지만, 호랑이에 대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호랑이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작가는 한때 우리나라에 번성했던 -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말살되었던 - 호랑이의 진정한 현현은 그 시절 억압에 맞섰던 이들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호랑이의 꺾이지 않는 야수성, 독립성, 저항성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변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까. 이 소설은 '옥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 이후까지 수십 년에 이르는 시간 속에서 얽히고설킨 인간 군상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암울했던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자신도 알지 못하는, 알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