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다. 초등학교 동창 누구라고 했다. 이름이 익숙하긴 한데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동창회 모임을 하는데 나오라는 이야기였다. 밴드로 붙여 놓은 것처럼 초등학교 때의 기억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니. 다 모르는 사람들일 뿐인데. 나는 그와의 대화가 점차 두려워졌다. 다른 동창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설마 그럴 리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아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과거 속의 나와 굳이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20240421)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니. 다 모르는 사람들일 뿐인데. 오늘도 동창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