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최초의 아침
지금 밝아오는 이 아침은 이 세상 최초의 아침이다. 따스한 흰빛 속으로 창백하게 스며드는 이 분홍빛은, 지금껏 단 한번도 서쪽의 집들을 향해서 비춘 적이 없었다. 집들의 유리창은 무수한 눈동자가 되어, 점점 떠오르는 햇빛과 함께 퍼져가는 침묵을 지켜본다. 이런 시간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다. 이런 빛도 없었으며, 지금 이러한 내 존재도 아직 한번도 없었다. 내일 있게 될 것은 오늘과 다를 것이며, 오늘과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채워진 눈동자가 내일 내가 보는 것을 자신 속에 담아낼 것이다.(185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중에서) * 페소아를 읽다보면 때로 그 의외성에 놀랄 때가 있다. 그의 불안, 체념, 상실, 고통, 모순, 불가해한 모든 것들이 결코 절망에만 닿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