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제목의 물음은 책의 유행을 지나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처럼 보인다. 아니, 그것은 시대를 떠나 늘 물어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이 유행할 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당시 뉴스를 틀면 정치인 혹은 언론인이라고 하는 자들은 앞다투어 정의를 내뱉었고, 그것은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정의'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들었던 정의에 대한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정의'라는 말이 오염되었다는 것이었다. 오염된 정의라니! 우리는 얼마나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