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바다는 하늘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바다에는 마치 헝겊에 주름이 잡힌 듯 약간 접힌 자국이 있을 뿐이었다. 하늘이 희어지자 서서히 수평선 위에 검은 선이 그어지면서 바다와 하늘은 갈라지고, 수면 밑에서 차례로 하니씩 끊임없이 서로를 뒤쫓으며 밀려드는 시커먼 파도로 인해 회색빛 바다에는 줄무늬가 생겨나고 있었다.(버지니아 울프, 《파도》 중에서) *이 소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처음 소설을 읽어나갈 때의 그 혼란스러움과 끝없이 이어지는 말들의 향연을, 감당할 수 없는 거센 파도에 덮쳐진 것처럼, 하지만 이내 반복되는 파도의 움직임에 젖어들게 되는, 이 이상한 체험을. 이 소설의 제목이 파도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끝까지 이 소설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몇 명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