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한 마리 양을 가진 목동

시월의숲 2022. 1. 13. 19:09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배수아 <뱀과 물> 리뷰 대회 심사 소감)

 

 

좋아하지 않고 특별한 재능도 없기 때문에 어쩌다 요청이 들어와도 항상 거절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문학작품의 심사이다. 이번 알라딘 리뷰 선정 작업이 그런 ‘심사’에 속한다고 가정한다면,  나로서는 매우 예외적인 일을 한 셈이다. 그리고 분명 예외적인 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즐거웠고, 그 과정 중에 간혹 놀라웠다고 말하고 싶다. 어려움이란 단지 그중의 몇 개를 골라내는 일, 게다가 골라낸 그것들에 순위를 매기는 일이었다.

 

서점이란 장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책 구입은 항상 온라인 서점에서 하지만, 단 한 번도 서평을 올린 적이 없는 나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정성스럽게 『뱀과 물』에 대한 서평을 썼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나는 글을 쓸 때 최우선 전제로 “나는 독자가 한 명도 없다”라고 가정하는 습관이 있었다. 『뱀과 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내가 설정한 어떤 조건의 세계에서는 사실인 것 같았고, 또 그렇게 하는 편이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서평을 읽게 된 일은 매우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매긴 순위는 철저하게 주관적인 기준에 따른 것으로, 글 자체의 완성도나 분석적 능력, 문장의 유려함,  논리와 설득력, 창의적 기법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 즉 일반적인 기준에서 ‘좋은 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글의 ‘전체’를 보지 않는 편을 택했다. 대신 리뷰의 어느 한 부분, 어느 한 문장에서, 『뱀과 물』을 쓸 때 내가 느꼈던 희미한 비밀을 우연으로라도 슬쩍 건드렸거나 비교적 가까이 다가간 암시가 느껴지는 것들을 우선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아마 해당 리뷰의 필자들조차도 자신의 글 어떤 부분이 선정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는지 잘 몰라 궁금해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한 내 대답은 참여해준 모든 리뷰어들에게  한결같다. 

 

“당신의 존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당신은 한 마리 양을 가진 목동의, 한 마리 양이다.”

 

- 배수아

 

 

출처-[알라딘서재]오늘의 작가상 배수아 <뱀과 물> 리뷰대회 심사 결과 발표 (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