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에두아르 르베, 《자화상》, 은행나무, 2015.

시월의숲 2022. 5. 17. 23:50

여행의 끝은 소설의 끝과 같은 슬픈 뒷맛을 남긴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잊어버린다. 나는 누군가를 죽인 누군가와 그 사실을 모르는 채로 얘기를 했을 수도 있다. 나는 막다른 길들을 바라볼 것이다. 나는 삶의 끝에 기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7쪽)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증오하지 않는다. 나는 잊는 것을 잊지 않는다.(8쪽)

 

 

*

 

 

나는 때로 비열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더 불편하다.(12쪽)

 

 

*

 

 

나는 이름들의 목록을 만들 때 내가 이름들을 잊을까 두렵다.(37쪽)

 

 

*

 

 

나는 내 꿈들이 작업에 유용할 때 더 잘 기억한다. 내용과 상관없이 꿈들을 다시 상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꿈들은 너무도 체험한 일들의 기억처럼 구성되어 있어 때로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 아닌지 궁금하다. 잠을 잘 못 잘 경우 나는 더 많은 꿈을 꾸는데, 어쩌면 꿈들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일 수도 있다.(109쪽)

 

 

*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모른다.(···) 내가 언제 죽든 열다섯 살은 내 인생의 중간이다. 나는 삶 후의 삶은 있지만 죽음 후의 죽음은 없다고 믿는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지 묻지 않는다. 나는 단 한 번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나는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다.(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