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는 사람들을, 특히 북적대는 집을 피할 가장 간단한 수단이었다. 동시에 강렬한 문학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산책자들은 한적한 곳에서 읽을 책을 소지해 다양한 도보 문학에 기여했다. 보행 속도는 자연과 인간이 만든 환경을 숙고하기에 이상적이었다. 한눈 팔지 않고 움직이는 시선은 걷는 곳이 들과 숲인지 도시의 거리인지 의식하지 않고 몰입하게 했다.(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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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기는 세상 체험에 좋은 도구로 합리화되기도 했다. 존 클레어에게 혼자 걷기는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구경하고 반응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막히고 삭막한 도심 거리 산책은, 이방인들의 공동체인 19세기 도회지를 파악할 비법이었다. 이것이 도심 산책의 강점이자 한계였다. 도심의 익명성은 늘 매력적이다.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의 철학》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타인들의 얼굴, 정신적인 고독을 심화시키는 두툼한 담요 같은 무심함"에 대해 썼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마을이나 소도시에서 온 이주자에게 큰 공동체는 신분 노출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시골에서 이방인은 즉시 관심을 끌고 우려의 대상이 됐지만, 도시에서는 부딪치는 것만 주의하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었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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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저 세상에 소망을 두지 않는 자들, 하지만 동류와의 공감에 냉담하고 인간의 기쁨을 만끽하지도 인간의 슬픔에 젖지도 않는 이들, 그런 자들은 자기 몫의 저주를 안는다. 아무도 공통점을 못 느끼기에 그들은 시들어간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죽었다. 그들은 친구도, 연인도, 아버지도, 시민도, 국가에 득이 되는 인물도 아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군상 속에서 순수하고 너그러운 이들은 비슷한 부류를 열렬히 찾다가 문득 영혼이 허무를 느낄 때 죽는다. 그 외의 이기적이고 무지한 둔한 자들은 자신의 괴로움을 포함한 세상의 고통과 외로움을 예견하지 못한다. 동료 인간들을 사랑하지 않는 자들은 보람 없는 생애를 살면서 노년을 위해 괴로운 무덤을 준비한다.(71쪽, 퍼시 비시 셸리의 《얼래스터, 고독한 영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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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신실한 자의 개인 예배당이자 명상할 장소다. 그에게 꽃은 성구인 동시에 설교다.(115쪽, 터머스 호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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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는 프라이버시와 은밀함의 경계선상에 있다. 이는 자신을 탐구하고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 그에게 일어나는 일에서 타인을 배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균형은 개인과 사회가 쌓은 신뢰가 결정한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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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도심 탐구의 선구자인 이언 싱클레어는 정처 없는 산보의 종합적인 기능을 강조한다. "도보는 도시를 탐구하고 이용할 비책이다. 구름 속의 변화, 전환, 갈라짐, 물에 비친 빛의 움직임. 일부러 이리저리 다니고, 공상에 잠겨 아스팔트를 밟으며, 밑에 깔린 이야기가 저절로 드러나게 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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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내적 목적의식이 얼마나 확고한지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위험에 맞서야 했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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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자아의 한계를 파악하든 초월하든 자기 자신과 대화했다. 사람들은 이미 영적 회복의 잠재력을 스스로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발휘할 기술이 부족할 뿐이었다. 영국 불교도 스티븐 배츨러가 쓰듯 명상의 목표는 "인간을 초월한 절대가치"가 아니라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존재방식"이었다.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선택 사항이었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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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으면서 상당히 편안한' 상태인 고독과 '동반자 없이 혼자 있어서 불편한' 상태인 외로움은 잘 구별될 필요가 있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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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어는 인간이 혼자인 것의 양면을 현명하게 포착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것의 아픔을 나타내기 위해 생긴 표현이다. 또 그것은 혼자 있는 것의 영광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어휘를 만들었다.(281쪽, 신학자 폴 틸리히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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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집단 속에 있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상태다.(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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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 시대 사회적 관계의 모순들이 아니라 부의 분배와 공공 서비스 공급의 긴박한 위기다.(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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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은 사회적 교류와 동시에 사회적 교류 단절을 추구하는 흐름의 극치다.(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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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은 인파 속에서 정신적으로 분리되어 손에 쥔 기기 위로 조용히 어깨를 수그린 모습이다.(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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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다이애나 세네찰은 최근 저서 《소음 공화국》에서 요한 치머만의 처방을 그대로 말한다. "최고의 힘은 유연한 고독에 있다. 그것으로 타인의 존재도, 타인의 부재도 견딜 수 있다." 《로빈슨 크루소》의 저자 대니얼 디포가 주장했듯, 가장 건전한 형태의 고독은 가장 바쁜 삶 속에 아로새겨진다. 사적인 자기 성찰과 사교적인 만남을 계속 오가야만 조화와 가치의 감각을 기를 수 있다.(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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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인들은 "혼자인 걸 겁낸다"기보다 사회적 압력으로 자유의자가 무시될까 봐 불안하다. 혼자 있기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나이와 건강이 허락되는 한 풍성한 인생을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외로움이 파고드는 건 사별, 오랜 관계의 실패, 공적이고 사적인 결핍으로 기대가 좌절될 때이며 크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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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마지막 연결점은, 예부터 고독한 은둔자였지만 지금 곤란한 상황에 빠진 자연세계다. 자연은 온갖 위협에 처했지만 2020년경에도 여전히 자기 회복과 자유의 원천으로 남아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에도 우리는 여전히 집단을 벗어나 인근 공원과 시골길을 걷거나, 자기만의 에덴동산인 정원을 가꿀 수 있다.(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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