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라고 하는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지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읽었다. 이 책은 2017년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직감하고 쓴 책으로 보인다. 물론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 신호는 그 이전부터 있어 왔겠지만(저자들은 민주주의가 붕괴된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들며, 그런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제시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부터 더욱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자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이 책을 쓰게 된 큰 동기였을 것이다. 얼핏 미국의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게 지엽적이지는 않다. 미국을 포함하여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예로 들어가며 민주주의의 보편적인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

흔해빠진독서 2025.05.20

버닝

"종수씨는 무슨 소설을 쓰세요? 이런 거 물어도 되나?" "저는 아직까지 무슨 소설을 써야 될지 모르겠어요." "왜요?" "저한텐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요." - 이창동 감독, 《버닝》중에서 *종수(유아인)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그는 알바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다가 우연히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종수는 해미로부터 자신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집에 있는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벤(스티븐 연)이라는 수수께끼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해 주며 몇 차례 술자리를 함께 한다. 벤의 번드르르한 집과 종수의 낡은 집에서. 술자리에서 종수는 벤의 은밀한 취미를 듣게 된다. 그는 두 달에 한 번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골라 태워버린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

봄날은간다 2025.04.08

페소아

페르난두 페소아. 한 번이라도 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은 그 이름을 잊지 못한다. - 배수아 역, 『불안의 서』, '옮긴이의 글'에서 * 몇 년 전 페소아의 를 읽고부터 그는 늘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결코 설명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생의 비밀을 마주할 때면 늘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페소아였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페소아 연구자라 일컫는 김한민이라는 작가가 쓴 를 읽게 되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인가? 이 책은 페소아의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는 페소아라는 말이 포르투갈어로 사람을 뜻한다는 것, 그 어원이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라는 것, 또한 페소아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면 페르손느가 되고 이는 '아무도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불안의서(書) 2021.10.15

알 수 없는 일들

*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어쩌면 모든 일들이,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작용으로 인해 이루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던가? 내가 그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을 것이 아닌가. 내가 지금 알 수 없다고 느끼는 것들이 실은 내가 알게 모르게 했던 행위들이 서로 뒤섞여,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시공간을 날아와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닐까.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처럼. 오래전, 내 마음을 흔들었던 음악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다. 나는 그것을 2014년에 블로그에 기록해 놓았고, 2021년인 지금 다시 한번 더 그 음악을 내 블로그에 올린다. 모든 것은 우연이지만, 그 모든 것이 어쩐지 우연이 아닌 것만..

오후4시의희망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