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월의숲 2005. 3. 27. 12:12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업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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