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요시다 슈이치, 《일요일들》중에서

시월의숲 2007. 4. 20. 20:34

"와타나베는 워낙 다른 사람과 같이 식사하는게 비위에 안 맞았다. 자기가 먹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도 싫었고, 다른 사람이 뭔가 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가 되는 거 같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서, 자기가 뭔가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을 누가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 앞에 발가벗고 앉아 잇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꾸로 누군가가 먹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별 가치도 없는 흐느낌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중에서

 

 

* * *

 

 

이렇게 아직도 사진을 올려두고 있는 것도 죽은 애인을 향한 마음이 한결 같아서가 아니라, 분명 언젠가는 잊어버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치우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이고는 무언가를 잊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잊지 않고 산다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그 무언가를 절대 잊고 싶지 않았다.

 

……

 

"아니, 그 뭐냐, 잊으려고 하는 건 말이야, 참 어려운 일이지, 난 그렇게 본다."

"네?"

"아니, 그러니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잊히지가 않아. 인간이란 건 말이다, 잊으면 안 되는 걸, 이런 식으로 맘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보다."

"이런 식으로라니요?"

"아니, 그러니까, 잊어야지, 잊어야지 노상 애를 쓰면서……."

 

-〈일요일의 남자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