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누런 나무에게 - 이성복

시월의숲 2008. 10. 5. 23:20

누런 나무에게

 

 

 

이성복

 

 

 

인제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어야 하는데,

자꾸만 이게 되는 그런 기막힌 경험을

이 나무들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 잎은

매냥 똑같은 잎이고,

그런데도 열매는

왜 매냥 똑같은 열매인지

마흔 지나고, 쉰 지나고

허연 살비듬 눈부시게 날리는

예순을 코앞에 두고도

나무들은, 악몽의 나무들은

반성하는 자신밖에 더 반성할 것이 없다

 

 

2008년 여름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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