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나무에게
이성복
인제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어야 하는데,
자꾸만 이게 되는 그런 기막힌 경험을
이 나무들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 잎은
매냥 똑같은 잎이고,
그런데도 열매는
왜 매냥 똑같은 열매인지
마흔 지나고, 쉰 지나고
허연 살비듬 눈부시게 날리는
예순을 코앞에 두고도
나무들은, 악몽의 나무들은
반성하는 자신밖에 더 반성할 것이 없다
2008년 여름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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