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3

한 달만 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달을 좀 다르게 사는 것

'포르투 한 달 살기'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영상의 주인공은 퇴사 후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도 한 달, 바르셀로나에서도 한 달, 포르투에서도 한 달, 이런 식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으로 보였다. 가장 최근 영상이 포르투에서 한 달 살기였는데, 나 역시 몇 년 전 포르투갈 리스본에 다녀온 기억이 있어서 꽤 흥미롭게 보았다. 물론 리스본과 포르투는 다른 도시이지만 같은 포르투갈이라는 점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리스본은 페르난두 페소아의 도시이고, 그래서 리스본이,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특별하게 다가왔듯이. 영상은 처음 포르투에 도착하여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는 여정부터 시작을 한다. 일단 숙소를 보여주고, 포르투의 거리 풍경과 건물들을 보여주..

잊히지 않는 혹은 잊을 수 없는

오래전 나는 어느 지면에선가 한강 작가의 글을 읽었고, 작가가 언급한 케테 콜비츠라는 낯선 이름의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무엇엔가 이끌리듯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았고, 얼굴을 감싼 검고, 굵고, 투박한 - 쉬 잊히지 않는 - 손과 자화상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지, 잊히지 않는 혹은 잊을 수 없는 기억처럼 그의 작품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나곤 하는 걸 보면. 이것은 분명 우연이겠으나, 우연이란 결코 우연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 내 가슴속 어딘가 그의 인상이 저 검은 판화처럼 새겨진 탓이리라. 정말 이상하지, 실제로 그 작품들을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어떻게 그 이미지가 내게 들어와 새겨질 수 있나.

어느푸른저녁 2025.06.03

단상들

*광장 왼편 경사로를 끝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질척이는 소음의 늪지를 지나 바람을 흔드는 새떼들의 하늘 지나 낯선 길 하염없이 가고 있는 젊은 그녀 본다 겨잣빛 표정 위에 스치듯 피었다 지는 햇살 꽃송이 본다 - 류인서, 「삽화-부산역」 중에서(『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수록) 류인서의 시집을 들췄는데, '부산역'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가 눈에 들어온다.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부산을 다녀왔기 때문일까. 여행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내가 부산에서 한 거라곤 고작 어젯밤의 짧은 해운대 산책이 전부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이라는 단어가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는 느낌이다.(20250516) * 책을 읽고 있는데, 정말 책의 글자들이 낱알처럼 흩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모아지지 않고 흩어지고, 새어나가고, 부서져..

입속의검은잎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