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달이 뜨고 진다고

시월의숲 2012. 4. 22. 15:38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네게서 뜬 달이 차고 맑은 호수로 져서 은빛 지느러미의 물고기가 될 것이다. 수면에 어른거리는 달 지느러미들 일제히 물을 차고 올라 잘게 부서질 것이다. 이 지느러미의 분수가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쪽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오고 있을 것이다.

- 이수정, 「달이 뜨고 진다고」 전문

 


*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이제서야 다 읽었다. 내가 평소에 읽는 속도로 봐서 비교적 빨리 읽었다고 해야할까?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짧막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읽기에 그리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산문집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평론가의 책을 이토록 재밌게 읽은 기억이 없다. 앞으로 이 작가의 글은 일단 신뢰를 하고 읽을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시집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일 것이다. 내가 기존에 알던 시인들도 있었고, 처음 들어본 시인들의 이름도 있었다. 그들의 시집을 위시리스트에 담으면서 한동안 멀어졌던 시집 읽기의 즐거움에 새삼 빠질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애석하게도 위에 소개한 이수정 시인의 시집은 아직 나온 것 같지 않다.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시다. 위 시가 담긴 시집이 나오길 나는 기다릴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오고 있을' 무언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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