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천장을 바라보는 자는

시월의숲 2013. 1. 31. 23:00

 

천장을 바라보는 자는

 

 

 

내가 바라보았던 천장의 무늬와 색깔과 온도를 모두 다 떠올릴 수 있을까

천장을 보며 보냈던 시간들은 우물을 들여다보며 보냈던 시간과 같아

내가 보았던 것은 하늘의 우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열리지 않는다 천장은

門이 아니므로

늘 닫혀 있다

 

뚫고 나갈 수 없다,

열고 나갈 수 없다

천장은 열리지 않는 뚜껑이므로

 

천장과 바닥 사이에

門이 있다

門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천장에 대해서라면 아직 빛깔과 밝기와 표정들에 대해 모두 말할 수 있겠다

천장을 보며 보냈던 시간들은 우물이 말라가는 시간과 같아

내가 보았던 것은 우물에 핀 이끼가 저희들끼리 한 세계를 이루었다 천천히 거두어들이는 미세한 풍경의 일지였다고 말할 수밖에

 

 

 

- 조용미, 『기억의 행성』, 문학과지성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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