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고산서원

시월의숲 2018. 1. 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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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차나 한 잔 하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마침 간 카페 근처에서 얼음축제를 하는 줄 몰랐고, 그 옆에 서원이 있는 줄 몰랐다. 우리는 커피를 한 잔 하고, 얼어붙은 강 위를 걸었고, 서원을 둘러보았다. 고산서원이라는 곳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문이 잠겨 있어서 우리는 그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었다.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서원은 위치상 위로 올려다보게 되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엄격한 분위기였는데, 담장이 있어서 더욱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원의 기와와 흙과 돌로 쌓은 담장과 주위의 키 큰 소나무가 한데 어울어져 특유의 고즈넉함과 고요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그 풍경을 음미하며 천천히 건물 주위를 걸었다. 작년인가, 나는 예천의 도정서원이란 곳을 방문한 후 '서원과 서원을 둘러싼 것들'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서원을 둘러싼 것들, 그 풍경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고산서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굳이 들어가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서원 앞에 강이 흐르고 그곳에서 얼음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언덕 아래 떠들썩한 세상과는 달리 서원 주위를 흐르고 있는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서원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며, 언덕 아래의 떠들썩함과 대조되어 그 고요함이 더욱 부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