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Feeling good

시월의숲 2021. 11.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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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음악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혹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종종 들었던 것 같다. 남자의 음성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마이클 부블레였던가? 아니면 다른 재즈 가수였을까? 아무튼 우연찮게 이 노래를 레디시(Ledisi)라는 가수의 음성으로 듣게 되었다. 파워풀하고 기교 넘치는 가창력이 이 노래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의 제목이 <Ledisi Sings Nina>다. 여기서 Nina가 니나 시몬(Nina Simone)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니나 시몬이 부른 <Feeling good>을 찾아서 들어 보았다. 이렇게나 다를수가! 니나 시몬은 니나 시몬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이 노래의 원곡은 니나 시몬의 것인가? 생각했는데, 니나 시몬의 위키백과를 보니 원곡자가 줄리 런던(Julie London)으로 나온다. 줄리 런던? 나는 또 유튜브에 줄리 런던이 부른 것을 찾아서 들어보았다. 이건 또 레디시나 니나 시몬과는 다른 감성이 아닌가? 레디시의 흥겨움과 니나 시몬의 독특한 애절함과는 거리가 먼 여리고 어딘가 관능적인 느낌이었다. 그런데 노래를 듣다보니 이상하게 원곡이 줄리 런던이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좀 더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원곡이 <The Road of the Greasepaint - The Smell of the Crowd>라는 뮤지컬의 수록곡이었다.

 

원곡은 뮤지컬 넘버인데 원조격(?)은 니나 시몬이 부른 것이고, 유명해진 건 마이클 부블레의 버전이라고 하니 이 노래의 이력이 참으로 만만치가 않다. 좀 더 찾아보니, 뮤즈도 이 노래를 자신의 스타일로 리메이크 했고 조지 마이클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부른 버전을 앨범에 수록했다. 다 각각의 매력으로 넘친다. 이건 마치 페소아가 만든 수많은 이명(異名)들과도 같지 않은가! 하나의 페소아가 수많은 이름들로 불리듯이, 하나의 노래가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끊임없이 불리다니! 이렇듯 하나의 노래가 유수의 뮤지션들에 의해 불리는 것을 보면 그건 정말 좋은 노래가 아닐까. 아니, 좋은 노래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노래라고 해야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생명력을 얻은. 그렇게 어떤 노래들은 영원히 불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