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Édith Piaf - Non, je ne regrette rien(영화, '파니 핑크' 중에서)

시월의숲 2021. 10. 30. 22:56

 

 

*

어떤 영화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나는 <파니 핑크>란 영화를 대학교 1학년 수업 시간에 처음 보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다시 볼 기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마치 내 어린 시절을 지배한 어떤 기억처럼 그렇게 간직하고 있다. 영화의 강력한 자장 안에 나는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파니는 서른 살의 노처녀로 나오는데(지금 서른 살을 노처녀라고 하지는 않지만), 여자가 서른 넘어 결혼할 확률은 원자폭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으며, 애인 없는 자신의 삶을 마치 패배자인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왜 파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영화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도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말이다. 영화 속 흑인 심령술사 오르페오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마치 마술처럼 그려져 있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표현하고 있는 에디트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 역시 이 영화로 인해서 더욱 잊을 수 없는 음악이 되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오늘 문득 이 영화와 노래가 떠올랐다. 처음 내가 강의실에서 본 영화의 감흥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느낀다. 마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후회하지 않아' 에디트 피아프는 노래했지. 나는 지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 이렇게 말해야할까. 후회없는 삶이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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