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지울 수 없는 얼굴

시월의숲 2022. 7. 28. 21:47

냉정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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