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메이 사튼, 《혼자 산다는 것》, 까치, 1999.

시월의숲 2023. 12. 30. 22:13

몇 주일 만에 처음으로 혼자 여기서, 마침내 다시 나의 "진짜" 삶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이상한 점이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캐보고 알아내기 위한 혼자만의 시간이 없는 한, 친구들 그리고 심지어 열렬한 사랑조차도 내 진짜 삶은 아니라는 것이 말이다. 영양분이 되기도 하고 미치게도 만드는 방해받는 시간들이 없다면, 이 삶은 삭막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맛을 완전하게 음미하는 것은 내가 여기 혼자 있고 그리고 이 집과 내가 이전의 대화들을 다시 시작할 때뿐이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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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있을 때, 그 꽃들이 정말로 보인다. 나는 그것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그것들은 어떤 영혼처럼 느껴진다. 그것들이 없다면, 나는 죽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얼마간은 그 꽃들이 내 눈앞에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며칠 동안 살다가 죽는다. 그 꽃들 때문에 나는 자라고 그리고 또한 죽어가는 것, 그 과정에 아주 가까이 접해 있게 된다. 나는 그 꽃들의 짧은 순간들 위에 떠 있다.(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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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자 하는 내 욕구를 균형 잡아주는 것은 내가 갑자기 거대한 텅 빈 침묵 속으로 들어갔을 때 거기서 의지할 것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다. 나는 한 시간 만에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면서, 나 자신에게 바뀔 수 없는 틀에 박힌 일들만을 부과함으로써만 계속 살아 있다.(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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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자라는 거지?" 요전에 한 친구에게 물었다. 약간의 침묵이 있었고,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생각함으로써."(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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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직 침묵 안에서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36~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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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제발, 땅으로 내려와 당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라!" 이것은 정직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아마도 자신감의 문제이다. 나는 나인 것이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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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어떤 축제의, 해방의 분위기가 있다. 우리, 즉 집과 나는 하나이고, 혼자인 것이 행복하다. 생각하는 시간, 존재하는 시간, 이러한 종류의 목적 없는 시간은 정말로 중요한 유일한 호사스러움이고 그리고 그것을 가진 나는 엄청나게 부자인 것 같은 기분이다.(105~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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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날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것도, 심지어 일기에 써넣을 몇 줄조차도 만들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언제나 잊어버린다.(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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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방식으로 웃음 또한 똑같은 효과가 있다. 우리는 단 한순간 동안만이라도, 초연함을 획득할 때 웃을 수 있는 것이다.(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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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계 속에 있음으로써 배우는 것이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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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관계(이성 간의 것이든 동성 간의 것이든)에서의 어떤 쪽도 그 관계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본질적인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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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갈망해 왔지만,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서서히 그것과 화해를 해가고 있다. 그 열렬한 마음을 어딘가에 영원히 뿌리내린다면 좋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작업에 뿌리 내려져야만 할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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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내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중에서 마지막 것일 것이다. 늙고 눈이 안 보이는 장 도미니크가 내게 "항상 기다린다"라고 햇던 말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서른이 되기 전이었고 그녀는 예순이 넘었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렇게 늙은 사람이 아직도 어떤 사람을 그렇게 열심히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었다. 하지만 사람은 일평생 기다린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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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진귀한 것, 진정한 기쁨. 그것은 어떤 종류의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지극히 드물어져가는 어떤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전해줄 수 있고 전하는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힘든 시간을 가졌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그 기쁨은 그 안에 아무런 으쓱거림도, 독선도 없으며,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것이며, 기도에 가까운 것이 된다.(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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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오랜 기간 동안 혼자 있는 날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지옥 같은 상태에 있다.(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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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한 뒤에 나는 생생한 꿈을 하나 꾸었다. 나는 그녀가 그녀를 아무도 몰라보는 어느 시골 소도시의 거리를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그녀가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사라져야겠다고, 자신의 유명한 자아 밑으로 없어져서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임을 짐작으로 알게 되는 그런 꿈이었다.(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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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점에서 시란 신비한 것이다. 그 작품이 그것을 쓴 작가보다 더 성숙해 있는, 언제나 성장의 메신저인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우리가 될 것을 향해서 쓰는 것이다.(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