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동무들, 동물들의 삶이 어떻습니까? 우리 똑바로 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몸뚱이에 숨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먹이만을 얻어먹고, 숨 쉴 수 있는 자들은 마지막 힘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하오. 그러다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겨지면 그날로 우리는 아주 참혹하게 도살당합니다. 영국의 모든 동물들은 한 살 이후로는 행복이니 여가니 하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영국의 어느 동물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참과 노예 상태, 그게 우리 동물의 삶입니다. 이건 아주 명백한 진실이오.(10~11쪽 〈동물농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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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134~135쪽, 〈동물농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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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때부터 나는 내가 커서 작가가 될 것임을 알았다. 열일곱 살에서 스물네 살이 되기까지의 시기에 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려 했지만 그게 내 진정한 본성에 어긋나는 짓이고 결국은 내가 오래지 않아 책상에 앉아 책을 쓰게 되리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143쪽, '나는 왜 쓰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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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 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글쓰기가 예술이 되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 의식, 곧 불의에 대한 의식이다. 책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자, 지금부터 나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책을 쓰는 것은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주목하게 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152쪽, '나는 왜 쓰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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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다는 것은 마치 길고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처럼 끔찍하고 피곤한 작업이다. 저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마귀에 씌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피곤한 작업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마귀는 어린 아기가 시선을 끌기 위해 소리를 내지를 때의 본능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개성을 끊임없이 지워 없애려 노력하지 않고서는 읽을만한 책을 쓸 수 없다는 것 또한 진실이다.(154~155쪽, '나는 왜 쓰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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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체제의 역사적 실체가 소멸하고 없는 지금 이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동물농장』이 강한 적절성과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정치 사회의 권력 현실을 부패시키는 근본적 위험과 모순에 대한 항구한 알레고리라는데 있다. 오웰이 그린 동물농장은 지금의 세계에도 있고 미래 세계에도 있을 것이다.(163쪽, 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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