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한겨레출판, 2018.

시월의숲 2025. 12. 27. 21:46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제 무엇으로 피아노에 응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틀렸다. 피아노는 사랑이다. 피아노에게 응답해야 하는 것. 그것도 사랑뿐이다.(11쪽)

 

 

*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23쪽)

 

 

*

 

 

모든 것이 꿈같다. 그런데 현실이다. 현실이란 깨지 않는 꿈인 걸까. 그 사이에 지금 나는 있다.(34쪽)

 

 

*

 

 

몸은 비의적인 것이다. 살아 있고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살려고 하는 것은 주어진 메커니즘을 지키지 않는다. 그것은 늘 예기찮은 방식으로 일탈한다. 생 안에는 자기를 초과하는 힘이 있다. 이 힘에 대한 믿음.(37쪽)

 

 

*

 

 

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77쪽)

 

 

*

 

 

늘 듣던 말의 새로움:

"날마다 오늘이 첫날이고 마지막 날이야."(95쪽)

 

 

*

 

 

아침 산책. 또 꽃들을 들여다본다.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97쪽)

 

 

*

 

 

누구에게나 몸속의 타자가 있다. 환자는 그 타자가 먼저 눈을 뜨고 깨어난 사람이다. 먼저 깨어난 그 눈으로 생 속의 더 많고 깊은 것을 보고 읽고 기록하는 것―그것이 환자의 주체성이다.(100쪽)

 

 

*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119쪽)

 

 

*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가 힘들다. 그 말들이 나이건만, 그 말들이 없으면 나도 없건만.

나는 말해야 한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면 안 된다. 그것이 나의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166쪽)

 

 

*

 

 

우리는 모두 '특별한 것들'이다.

그래서 빛난다.

그래서 가엾다.

그래서 귀하고 귀하다.(199쪽)

 

 

*

 

 

가고 오고 또 가고.(276쪽)

 

 

*

 

 

내 마음은 편안하다.(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