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 주말을 낀 삼 일간의 연휴 동안 나는 혼자, 집에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 삼 일간의 공식적인 설연휴가 시작되기 전 내게 주어진 달콤한 휴일이었고(설이 끝난 뒤 더 쉬었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그 기간 동안 나는 내가 책 한 권을 다 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어떤 이는 하루에 한 권 혹은 몇 시간 만에 한 권은 우습게 읽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삼일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것은, 내 독서 경험에 비추어 하나의 커다란 사건(혹은 성취)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읽은 황정은의 소설이었다. 오래전에 읽은 단편집들과 《百의 그림자》, 《계속해보겠습니다》 같은 장편 소설을 읽고 느꼈던 황정은 스타일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듯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