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배수아, 「부엉이에게 울음을」(『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수록)

두 번째 이혼을 결정했을 때 나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그리고 그즈음 막연하게 작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두 사건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115쪽) * 마치 누군가, 배우와도 외국과도 관련이 없이, 그렇게 즉흥적으로 타자기에 쳐 넣었을 뿐,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임의의 글자와도 같은 것.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서 더욱 매료시키는 것.(115쪽) * 나는 다락방의 먼지에서 홀로 자라난 아이였다. 내가 오직 다락방에서 생애 초반기의 대부분을 홀로 보낸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안에 아무렇게나 쌓여있으면서 더 이상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책들을 홀로 들춰보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위의 문장들에서 가장 의미심장하며 결정적인 어휘는 ..

헤어질 결심

'마침내' 을 보았다. 처음엔 이포의 안개처럼 몽환적인 영화인가 싶었는데,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나니 너무나 '꼿꼿한' 영화였다. 희미한 안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꼿꼿한 서래(탕웨이)의 마지막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해준(박해일)이 서래를 좋아한 이유처럼 나는 이 영화가 좋아졌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그것은 이 영화가 사람의 '심장'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란, 버지이나 울프의 말처럼,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전적으로 의존하는, 참으로 신비로운 기관'이 아닌가. 안갯속처럼 잔상을 쉬 알 수 없는 영화였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때로 어떤 헤어질 결심은 깊이 사랑했다는 사실의 반증이..

봄날은간다 202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