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시월의숲 2005. 1. 23. 23:28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되내어 보았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바람 소리도 그려 보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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