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여
/ 유치환
가난하여 발 벗고 들에 나무를 줍기로서니
소년이여 너는
좋은 햇빛과 비로 사는 초목 모양
끝내 옳고 바르게 자라거라
설령 아버지의 자애가 모자랄지라도
병 같은 가난에 쥐어 짜는
그의 피눈물에 염통을 대고
작은 짐승처럼 울음일랑 울음일랑 견디어라
어디나 어디나 떠나고 싶거들랑
가만히 휘파람 불며 흐르는 구름을 생각하라
진실로 사람에겐 무엇이 있어야 되고
인류의 큰 사랑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아아 빈한함이 아무리 아프고 추울지라도
유족함에 개 같이 길드느니보다
가난한 볕 아래 끝내 고개를 바르게 들고
너는 세상의 쓰디쓴 소금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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