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가난하여 - 유치환

시월의숲 2005. 3. 13. 11:49

가난하여

 

 

/ 유치환

 

 

가난하여 발 벗고 들에 나무를 줍기로서니

소년이여 너는

좋은 햇빛과 비로 사는 초목 모양

끝내 옳고 바르게 자라거라

 

설령 아버지의 자애가 모자랄지라도

병 같은 가난에 쥐어 짜는

그의 피눈물에 염통을 대고

작은 짐승처럼 울음일랑 울음일랑 견디어라

 

어디나 어디나 떠나고 싶거들랑

가만히 휘파람 불며 흐르는 구름을 생각하라

진실로 사람에겐 무엇이 있어야 되고

인류의 큰 사랑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아아 빈한함이 아무리 아프고 추울지라도

유족함에 개 같이 길드느니보다

가난한 볕 아래 끝내 고개를 바르게 들고

너는 세상의 쓰디쓴 소금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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