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
/ 고찬규
구부린 등은 종이었다
해질녘,
구겨진 빛을 펼치는
종소리를 듣는다, 한 가닥
햇빛이 소중해지는
진펄밭 썰물 때면
패인 상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호밋날로 캐내는, 한 생애
쪼그린 아낙의 등뒤로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귀처럼
고개 숙이는 햇살
어둠이 찾아오면, 소리없이
밀물에 잠기는 종소리
(시집, '숲을 떠메고 간 새들의 푸른 어깨',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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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밭에 쭈그리고 앉은 아낙네의 구부린 등에서
종을 보는 시인의 저 눈!
그 거룩한 종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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