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말문을 열었다
잠정적으로 저녁약속을 정한 친구들과 만나
비로소 '말' 이란 것을 내뱉은 것이다
하루에 어느 정도의 말은 해주어야 하는 걸까
마치 호흡을 하듯, 밥을 먹듯, 볼일을 보듯
그것은 본능적인 것일까
저녁을 먹으면서,
조금 수다스러워진 나를 느낀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이렇게나 많이 하고 있지?
순간 깜짝 놀란다 하지만
내 안에 쌓였던 말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조차 감당할수 없다
고작 하루 낮 동안이었는데 내가 이렇게나 외로움을 탓었나
머리로는 외로움은 늘 그림자와도 같이 내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가슴 속에는 그것을 달래고 싶어하는 나약함이 있었나 보다
한꺼번에, 꽉 막혔던 수도가 터지듯 콸콸 쏟아지는 말들... 아무 의미없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내가 무슨 말을 쏟아내었는지도 모른채
다시 굳게 닫혀버린 입술을 깨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홀로 걷고 있는 나를 본다
곪아 터지려는 내 외로움 본다
또한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내 나약함을 본다
나를 따르는 건 익숙하게 낯선 검은 그림자뿐...
|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세기 종자론 (0) | 2005.06.24 |
---|---|
상큼하고, 신선하고, 새롭고, 생생한, 그 무엇. (0) | 2005.06.16 |
도서관의 지하의 거대동굴 (0) | 2005.04.22 |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0) | 2005.04.21 |
희미한 어둠 (0) | 200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