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상큼하고, 신선하고, 새롭고, 생생한, 그 무엇.

시월의숲 2005. 6. 16. 17:43

지루했던 시험이 끝났다.

오늘은 ,

시험 치고 난 후에 몰려오는 특유의 허무감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다 결국

어둑한 도서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은 그 밀폐된 공간에서 나오는 은밀함과

오래된 책의 냄새로 인해

사람을 취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는 생각을 하며

취한 듯 이리저리 책을 훑어 보았다.

내 의식은 외국고전을 좀 읽어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 몸은 한국소설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책도 편식하면 안될텐데, 생각만 하면서.

내일부터 방학이라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미뤄둔 책들을 몇 권 빌렸다.

네 권을 빌렸는데 세 권이 배수아의 책이다.

<그 사람의 첫사랑>,

<에세이스트의 책상>,

<독학자>,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김형경의 <사람풍경>.

난 무엇 때문에 그녀의 소설에 끌리는 것일까, 의아해 하며

귀찮은 듯 바코드를 찍고 있는 사서를, 나도 귀찮은 듯 바라보았다.

아, 이 지루한 허무감이라니!

 

무언가 색다른게 필요하다.

상큼하고, 신선하고, 새롭고, 생생한 그 무엇이.

내일부턴 또다시 혼자만의 세계로 더욱 침잠하게 될텐데

배수아의 책들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나에게 색다른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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