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시험이 끝났다.
오늘은 ,
시험 치고 난 후에 몰려오는 특유의 허무감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다 결국
어둑한 도서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은 그 밀폐된 공간에서 나오는 은밀함과
오래된 책의 냄새로 인해
사람을 취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는 생각을 하며
취한 듯 이리저리 책을 훑어 보았다.
내 의식은 외국고전을 좀 읽어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 몸은 한국소설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책도 편식하면 안될텐데, 생각만 하면서.
내일부터 방학이라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미뤄둔 책들을 몇 권 빌렸다.
네 권을 빌렸는데 세 권이 배수아의 책이다.
<그 사람의 첫사랑>,
<에세이스트의 책상>,
<독학자>,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김형경의 <사람풍경>.
난 무엇 때문에 그녀의 소설에 끌리는 것일까, 의아해 하며
귀찮은 듯 바코드를 찍고 있는 사서를, 나도 귀찮은 듯 바라보았다.
아, 이 지루한 허무감이라니!
무언가 색다른게 필요하다.
상큼하고, 신선하고, 새롭고, 생생한 그 무엇이.
내일부턴 또다시 혼자만의 세계로 더욱 침잠하게 될텐데
배수아의 책들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나에게 색다른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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