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향한 이해의 문을 여는 방법 - 메종 드 히미코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는 것일까? 분명 어딘가에 이해의 열쇠가 숨겨져 있어서 그것을 찾아 열기만 하면 되는데!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의 열쇠를 찾지 못해서, 혹은 찾는 게 귀찮아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또 그렇게 본다면 세상엔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일테고. <메종 드 히미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메종 드 히미코>는 타인을 향한 이해의 문을 여는 방법 한 가지를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부대낌'이다. 극도의 증오심을 품게 하는 대상과 함께 지내는 것. 이는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서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의미이고, 잘 모른다는 것은 서로 간에 사건이 없다는 말이다. 이때 사건이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열쇠인 셈인데, 이는 곧 부대껴야만 생겨나는 것이다. 영화에서 사오리가 어떤 이유에서였든 하루히코(오다기리 조)의 부탁을 받고 죽어가는 아버지(게이이자 일찍이 사오리를 버렸던)가 있는 양로원에서 일을 하게 되는 사건이 바로 사오리에게 있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게이에 대한 혐오감도 사라지게 한 열쇠였던 것이다.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해한다는 것이, 그처럼 부대낀다고 해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세상엔 돌처럼 굳어버린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에게는 어떠한 열쇠도 소용이 없을텐데. 그러므로 이해라는 것은, 한 사람만 열심히 열쇠를 찾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같이 찾아야 한다. 찾으면서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면서. 그것은 그렇게 힘겹게 얻어지는 것이고, 그러므로써 서로 치유되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마법의 주문을 믿겠다. 모두가 편견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며 사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치키치키치키! 영화 속 루비처럼 주문을 외워야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 줘야겠다. 키스처럼 달콤한 마법의 주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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