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앤 셰퍼드, 《미학개론》중에서

시월의숲 2007. 5. 20. 19:53

예술 작품은 작품을 만든 예술가, 작품의 소재를 제공한 이 세상, 작품을 감상하게 될 감상자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예술 작품은 예술가 · 세계 · 감상자와 단순하고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도 않다. 예술가의 경험과 세상이 제공한 소재는 예술적 형식에서 재생되며, 감상자는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도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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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예술과 자연미는 둘 다 그 자체의 가치가 있다. 아무리 삶의 기준이 높고 사회적 질서가 완벽하며 삶의 방식이 바르다 해도, 미적 감상의 기회가 부족하다면 우리의 삶은 더 빈곤해지고 편협해질 것이다. 더욱이 예술은 도덕적 가치를 갖는다. 예술이 세상을 직접 변화시키거나 저절로 우리의 인격을 변형시킨다고 본다면 너무 성급한 생각이다. 예술은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흔히 미묘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가치와 태도를 가르치기 때문에 도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가치와 태도에 관한 예술의 영향이 미묘하고 간접적이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영향력을 때닫기란 어려운 것이다. 신중하게 예술 작품을 연구하고 미적 경험을 반추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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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경험이 풍요롭다는 것은 상상력과 이해력의 발전을 동반한다. 예술은 감성과 지성을 함께 사용하며, 예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상상력과 지적 훈련이 결합되어야 한다. 만약 예술에 대한 반응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