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
영화 <기담>을 보는 중에도 그랬고 보고 나서도 영상이 참 아름답고 분위기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제시대 말기 경성에 있는 안성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담>은 세 편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각기 독립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서로 느슨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었다.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여고생의 시체를 사랑하게 된 의대생, 자신의 잘못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가 죽은 뒤 환영을 보게 되는 소녀, 그림자 없는 아내와 살고 있는 의사. 이렇게 각기 기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사람들이 한 병원에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역시 기묘한 사건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영상들이 마음에 들었으나 무서운 걸로는 두 번째 에피소드가 단연 최고 였다. 피를 철갑하고 노려보는 소녀의 엄마라니! 소녀 역할을 맡은 배우도 좋았지만 엄마 역을 맡은 지아라는 여배우는 그 장면으로 인해 상당히 인상깊게 뇌리에 남았다. 공포영화라면 으레 등장할법한 장면이지만 그 배우로 인해서 더욱 그 섬뜩함이 배가 된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세 번째 에피소드는 좀 복잡한 듯 보였지만 이야기 자체가 그닥 신선하지는 않았다. 하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무엇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영혼 결혼식 장면과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초현실적인 분위기,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왈츠(?)풍의 음악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갑자기 등장하여 놀라게 하는 음악은 조금만 자제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기는 커녕 귀만 아팠으니.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슬프고, 때론 섬뜩한 사랑영화였다. 사랑이 때론 공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