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의 <M>을 보았다. 예상했던대로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줄거리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 다만 민우(강동원)라고 하는 소설가와 그의 주위를 맴도는 묘령의 여인(이연희)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해두자.
감독은 '당신이 많이 슬퍼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민우를 쫓아다니는 스토커 같은 여인과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민우와의 관계를 비밀스럽고 미스테리하게 보여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트처럼 보이는 화면과 빛과 어둠을 이용한 심리적 불안감의 표출, 비현실적이고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감독 특유의 영상에 있다. 민우의 혼란스런 기억을 나타내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것들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상과 더불어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아마도 제목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M은 소설 속 두 주인공의 이름(민우와 미미)의 첫 이니셜이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단어인 미스테리이기도 하고 영화 속에 삽입된 음악가인 모차르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민우의 기억(Memory)이기도 하다. 얼핏 쉽게 결합된 것 같이 보이는 이 모든 단어들이 모두 M을 지칭하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미와 민우가 만나게 되는 '루팡'이라는 술집이 위치한 골목의 배경이었다(감독의 전작인 <형사>에서도 그러한 골목이 나왔지 아마. 물론 분위기는 좀 달랐지만). 루팡이 그려진 익살스러운 간판과 좁고 어두운 골목의 음산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무척이나 비현실적이고도 묘한 분위기를 발산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러 가는 길이 있다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어둠과 빛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대비시킨 영화였다. 그리고 보고나서는 좀 슬퍼졌다. 당신이 왜 아주 많이 슬퍼지기를 바랐는지, 왜 재밌는 영화를 볼 때도 많이 슬퍼하기를 바랐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리라. <M>은 결국 사랑과 그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