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영화를 봤다.
제목은 <사랑해, 파리>. 여러명의 감독이 파리 시내 곳곳의 명소를 배경으로 찍은 단편들이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영화였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이 채 안되는 이야기들. 파리 시내를 직접 돌아다니며 보는 듯한 재미와 그곳을 배경으로 각각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테마는 물론 사랑이었고.
무척 많은 감독들이 참여했지만 내가 이름을 들어본 감독은 거스 반 산트, 웨스 크레이븐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하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감독이 아니라 파리 그 자체인 것을. 영화는 비슷한 분위기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질 때 생기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호러와 판타지 같은 이질적인 장르의 에피소드도 등장시켜 보는 재미를 준다. 하긴, 사람과의 만남에 뭐 그리 특별한 상황이라는 것이 있을까.
가볍게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리고 부러웠다. 파리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그렇듯 수많은 감독들이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이 그 도시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파리가 가진, 타 도시들과 구분되는 예술적인 면들이 이런 류의 영화로 인해 더욱 공고해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