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소유

시월의숲 2008. 9. 21. 00:18

어느 것도 영원히 내것이 될 수 없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것일까?

 

어떡하다보니 책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짜로 책을 몇 권 얻게 되었는데, 자꾸만 책을 더 탐하게 되는 마음이 생긴다. 오히려 대상이 돈이었다면 쉽사리 단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빌려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을 굳이 가지려고 하는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이 공짜이기 때문만은 분명 아닌데.

 

어쩌면 책을 빌려읽는 것과 사서 읽는 것, 공짜로 얻어서 읽는 것은, 그것을 읽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것이 된다는 것! 그것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거기에서 오는 쾌락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단념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래, 그건 형태만 달리했지 분명 쾌락의 일종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허영심인가? 그렇게 얻게 된 책들은 분명 다 읽히지도 못하고 책장 한구석에 쳐박힐 운명에 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 몇몇 운이 좋은 책들은 읽혀질수도 있겠지만.

 

아, 편안하게 생각하자.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고. 그리고 직접 산 책들과 얻은 책들, 빌려 읽은 책들 간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고. 진정 내 것이란, 그것을 단지 소유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것을 읽고 머릿속에 간직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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