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쓸데없는 생각

시월의숲 2009. 2. 7. 09:37

요즘은 이 플래닛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떠나간 후에 남은 공허나 차가운 공기 같은 것이 지금 이 곳에도 강하게 남아 있다. 타인들이 내 플래닛에 들어올 수 있는 경로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고, 그건 바로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처음에 내가 플래닛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느껴지는 아쉬움과 허전함이 생각보다 크다. 이건 뭔가. 이 모순적인 느낌. 혼자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의 따스한 눈길을 바라게 되는. 아, 어쩌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순간, 그 글은 온전한 내 것이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체념하는 것은 쉽다. 그건 자신이 가진 기대를 꺾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이 마음.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고, 누군가 내 글을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나 혼자만 알고 싶고 남의 시선 따위는 바라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감정. 인정해야 할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아, 나는 별거 아닌 일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면, 그냥 그러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이버 공간에서 무슨 생각을 그리 심각하게 하는 것인가! 쓸데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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