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사소한 독백

시월의숲 2009. 1. 30. 21:02

사소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 것도 병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아프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겨버릴 수 있는 말인데. 어쩌면 상대방이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렸기 때문에 더 상처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나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지, 왜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한 상처에 이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한 마디말에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속상해하다니. 아직 깨어질 무언가가 더 남아 있단 말인가? 진정으로 무너져내리는 것이 무엇인지 삶이 내게 가르쳐주려 함인가? 사소한 말. 사소한 상처. 사소한 나. 그래도 웃자. 안그러면 어찌할텐가? 속마음은 숨긴채 웃음띤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자.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는 시니컬한 가슴으로 연극을 하자. 아, 아직 철부지같은 나. 연극의 막이 내려가기만을, 컴컴한 어둠 속에 남겨지기만을 기다리는 나.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기를 기원하는 어리석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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