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겨울연가

시월의숲 2009. 2. 20. 21:04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한류열풍의 원조였던 <겨울연가>를 며칠 째 보고 있다. 딱히 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며칠 전, 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데 한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고 있었다. 드라마라는게 원래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한 습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고, 일본 아줌마들이 왜 이 드라마에 열광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역시 드라마라면 으레 등장하는 설정들이 고스란히 나와서 몇몇 장면에서는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 첫사랑을 못 잊는 여자 주인공과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주인공. 그리고 현재 그들의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만남과 헤어짐, 추억과 슬픔, 오해와 이해... 한국 드라마의 공통적인 특징인 과도한 음악 삽입. 그 모든 것들이 식상할데로 식상했지만 몇몇 배경음악은 무척이나 감성적이고 아름다웠으며, 남이섬의 풍경 또한 아름다웠다. 그런데 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첫사랑을 그리도 잊지 못하고 현재 자신을 사랑해주는(자신도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어코 아픔을 주면서까지 첫사랑을 이루려고 하는 것일까. 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진정한 사랑을 해 본적이 있나요? 잊으려고 해도 잊지 못하는 그런 사랑 말예요."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한게 아니라 내게서 그 사람의 모습을 찾으려고만 했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야!" 자신의 첫사랑이 그리도 중요하단 말일까? 실로 민폐 캐릭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결말은 끝까지 보지 않아도 알겠다.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에 열광했는지도.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내 이런 시니컬한 태도를 본다면 이렇게 말하겠지. "당신은 아직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했군요."

 

드라마를 보면서 한가지 의문스러웠던 점, 아니 우스웠던 것 한가지. 그들은 왜 하나같이 목도리를 그리도 좋아하는가. 이번 겨울에 패딩점퍼가 유행했듯이 그 시절엔 목도리가 유행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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