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물음, 물음들

시월의숲 2009. 3. 31. 20:33

철이 든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건 어른스러워 진다는 것,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 삶의 어둠을 보았다는 것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 어느 한 순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말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어떤 의미일까. 삶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혹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걸까. 무언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아, 그건 너무도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사랑을 해봐야 하고, 죽음을 맛봐야하며, 삶의 아이러니와 비극과 가난을 겪어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 무엇도 겪어보지 못했는가. 얼마나 다른, 얼마나 많은 경험들이 쌓여야 철이 드는 것일까. 이렇게 앉아서 되지도 않는 생각만으로 푸념에만 잠겨 있어서야 되겠는가. 뛰쳐나가야만 하는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것 자체가 이미 변명할 거리를 만드는 구실이 아닌가. 나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나는 무엇을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대답이 없는 물음, 물음들.

 

내가 아는 한 가지는, 그 누구도 이런 내 물음에 온전히 대답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부딪히고, 깨지고, 피 흘려야만 하는 것이다. 말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허상이 아닌 '너'라는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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