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있는 그대로의 나

시월의숲 2009. 5. 6. 23:15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로 타인을 규정짓고 상처주는 사람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싶지만 사람들은 그런 나를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고치려든다. 발걸음이 여자같아, 목소리가 너무 가늘어, 뚜렷한 자기 주관이 있어야지, 운동을 좀 잘 해봐, 밥 좀 많이 먹어... 사소한 충고 같지만 실은 내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칼날같은 말들. 나는 그 말들에 베이고 피 흘리면서도 웃으면서 그들에게 충고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것이 또한 나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징그러운 내 나약함.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줄 아는 거라고, 책은 내게 가르치고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아니다. 실은 그런 것이 아닐지 모른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커서 타인의 조그마한 충고에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안다면 타인의 사소한 충고에 상처받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들의 견해를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에 감전된 듯 일일이 감정을 곤두세우지 말고 너그러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 그들이 어떤 말로 나를 정의하든 그것은 바로 나의 일부인 것이다. 어떠한 연민도 ,자학도, 절망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세상에 당당히 나를 드러내자. 그것이 진정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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