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개구리 울음소리

시월의숲 2009. 5. 8. 20:51

1.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가니 와글와글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근처에 논이 있었나? 이곳에 9개월 가량 있으면서도 정확히 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딘가 물이 흐르거나 고여있는 곳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왁자지껄하지만 결코 싫지 않은 그 울음 소리가 이 밤, 유난히 포근하고 정답게 몸에 감긴다.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막 생각난 듯한 기분이다.

 

 

2.

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눈물을 보일 때, 아, 사람이란 마냥 강할 수 많은 없구나, 생각한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상처받기 쉬운 여린 내면을 가진 것이다. 그 눈물은 무척 뜻밖이었지만, 그래서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눈물이었다. 그 어긋난 이미지가 어쩌면 인간의 참모습일지 모른다. 외면과 내면이 모두 강하거나, 모두 약한 사람은 드물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3.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사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저 침묵하고 지켜보는 것이 때론 필요하다. 자기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얽힌 사연을 담담히 들여다볼 약간의,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만큼의 시간이. 아, 이해란 얼마나 오해에 가까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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